책(Book)과의 수다

장기하님과 글로 수다 떨기 <상관없는 거 아닌가?>

걷는 백지 2023. 7. 27. 16:02

 

작가가 스몰토크하자고 하네.

<상관 없는 거 아닌가?>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할 때 마다 괜히 한번씩 집어들고 두 세 페이지 씩 읽었던 책이다. 

 

 나는 에세이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에세이는 작가의 지극한 사소함까지 다 적혀있는 책이라고 여겼고,

그들의 사소함이 읽혀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발견할 때마다 한번씩 들춰봤던 이유는,

조잘조잘 뇌를 간지럽히며 스몰토크하자고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 간질간질했던 스몰토크가 오늘은 마지막장이 덮힐 때까지 이어졌다.

 

 

나도 하기 싫은 건 죽어도 못하겠더라구.

 

 

 퇴사하고 자연스럽게 든 마음이

'누가 뭐래도 내가 하기 싫은 건 하지말자.'다.

나에게 '내 마음가는 대로 주체성있게 꾸려가는 삶'이 무엇보다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살기 위해 태어난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 두 페이지를 읽으며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 성과와 수익도 내고, 어느정도 내가 나를 진정으로 인정할 수 있을 때

자유를 지킬 있는 힘이 주어지겠지.

 

 

그들이 주는 큰 돈이나 기회를 덥석 받았다가는 뭐가 됐든 하기 싫은 일들을 해 바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음악을 하는 보람은 없다.
-<상관 없는 거 아닌가?> 114p

 

 장기하 작가님은 이 부분을 명석하게 알고 있었다.

물질적인 댓가나 어떤 큰 기회에는 본인의 시간을 헌납해야한다는 사실을.

그 시간에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는 가치가 포함인 것이다.

 

 이번 퇴사로 피할 수 없이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나'와 함께 걸어볼 작정이다.

나만의 자유를 만들기 위해, 나의 평안과 안녕을 최우선하기 위해 살 것이다.

 

 유튜버 <하와이대저택>님이 말씀하신 파이어족의 삶의 의미가 생각난다.

파이어족의 삶이란, 삶의 육하원칙을 온전히 본인이 원하는대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흔히 말하는 파이어족의 삶, 경제적자유 같은 것들이 자유와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육하원칙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온전한 자유가 내게 올 것이다.

 

 힘을 기르고, 자격을 갖추고, 정체성을 계속해서 부여하자.

자유가 내게 스스럼 없이 내게 올 수 있도록.

 

 

 

자유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 감내해야 할 것

내가 열심히 구축해온 자유로운 삶이 가진 그늘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막연함이었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116p

 

 이 부분을 읽고, 그동안 물음표만 떴던 내 기분과 감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막연함.

그래 막막함이였다.

 삶의 육하원칙을 온전히 내가 꾸려야하는데 그게 참 막막하지 않은가.

사람인지라 불안과 기우라는 감정도 따라오고 말이다.

이런 멜랑꼴리함이 막연함이라는 단어로 깔끔하게 떨어졌다.

 

 퇴사 한 지 어언 3개월 째, '나만의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다시 취업해야지~","뭐 해먹고 살건데~"라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또 적셔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이런 삶을 산다고 해서 다른 누가 계획을 짜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누가 어떤 비전을 제시해주고, 그에 따른 할 일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롯이 내가 꾸려가야하는 앞으로의 시간들이 막막할 뿐이였다.

 

 막연함이라는 것을 알고나니 나는 오히려 가벼워졌다.

다음을 어떻게 해 나아가야 할 지, 마인드 세팅은 어떻게 해야할 지

때때로 찾아오는 불안과 외로움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를 각오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감내하면 그 뿐.

 

막연함과 외로움은 나의 선택에 딸려 올 수 밖에 없는 대가다.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막연하고 외로운 것이 뭐 어떤가.
따지고 보면 어떤 삶인들 그렇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쯤은 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119p

 감내하면 그뿐이다.

어떤 걸 갖기 위해선 내려놓거나 포기 해야하는 게 있는 거니까.

회사 다닐때에도, 매주 친구들을 만나도, 가족들과 함께해도

늘 어느정도의 외로움은 항상 있었다.

없애기 위해 어떻게든 해소하려고 하지 말고,

감내하면 된다.

그냥 같이 있으면 된다.

 

 

 작가님의 조잘조잘 대는 소리를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였다.

더불어 위와 같이 나에게 큰 깨달음과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사람의 사소한 생각과 일상이 이렇게 재미있게 다가올 줄이야.

인생,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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