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같은 것/템플스테이 한 달 살기

[희방사 명상센터 템플스테이_Day23] 혼자 걸어서 부석사 다녀온 날, 타인으로부터 내 의도를 지키는 방법

걷는 백지 2024. 1. 2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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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팀장님이 안계신 날이다.

내일 손님도 없고 할 것 도 없는 날. 

어제 같이 자원봉사 온 언니랑 오늘은 쉬기로 했다.

 

오늘 아침공양.

직접 만드신 순두부

고소하고 담백하게 맛있게 먹었다.

 

 

여기 하늘은 매일 찍어도 다르고 예쁘구나.

일출직전, 완전 그림이다.

 

 

오늘 오전에는 누워있다가

계속 봐두었던 곳 몇 군데에 지원을 했다.

 

2월에는 어디라도 들어가 일을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잘 될거란, 그리고 어떤 일이든

부끄러움이나 수치를 느끼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점심공양 도우러 공양간 올라가는 길.

빈 항아리들이 잔뜩 쌓여있다.

반대길로 올라오니까 공양간 느낌이 색다르다.

 

 

이미 공양주 보살님께서

다 만들어 놓으셔서

나는 양배추쌈만 반으로 잘랐다.

 

 

정말 할 게 없어서 그냥 자리에 앉았다.

공양주 보살님께서 주신 귤

귤까먹으며 등산이야기를 했다.

 

소백산 등산로에 헬기 착륙기가 두 개 있는데

어떤 암에 걸리신 아저씨가 귀농하신 후,

항상 거기에 올라가 명상(?)을 하며 좋은 기운을 받고

다 나았다고 하신다.

 

 

오늘 점심공양은

양배추쌈과 김치, 갱죽, 감자맛탕이다.

갱죽은 먹으면 먹을수록 아주 매력적이다.

 

 

점심먹자마자 산책겸 부석사에 가려고 나왔다.

이 날씨 좋은날, 영하 15도를 찍어도

화창하고 쨍한 기운은 꼭 느껴야겠다.

 

 

오랜만에 본 장고.

방한복을 입고 있다.

귀여워.

나에게 다가오다가 간식이 없으니까

저 멀리 간다.

 

 

보리는 내 신발 냄새를 맡더니

흥미가 떨어졌는지

가버렸다.

 

 

'태백산 부석사'

청량한 하늘과 일주문 기와집이 참 예쁘다.

희방사 명상센터에서 여기까지

도보로 30분이 걸렸다.

 

 

몇 번 왔는데도 불구하고

역시 멋있어.

 

무량수전 앞 안양루가 캬아.. 그림같다.

 

 

열심히 걸어왔으니

또 물 한모금 먹어야지.

 

 

무량수전 옆에 있는 탑에서

바라본 풍경.

산이 겹겹씩 드리워진 게 

산수화 그려놓은 것 같다.

괜히 감격스럽고 감사해진다.

이런 걸 볼 수 있다니..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순 없지.

부석사 밑 장미슈퍼에서

과자를 샀다.

 

나랑 이미 안면을 튼 여기 가게 주인아주머니께서

희방사 명상센터 지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면서

예약하려면 어디로 전화해야하냐고 물으셨다.

 

팀장님 번호를 알려드렸다.

 

자연경관이 좋으니까 홍보를 안해도 사람들이

먼저 찾아오고, 지인통해서 찾아오고 그런다.

 

 

손 안 뼈마디가 시린데

굳이굳이 들고가며 먹었다.

ㅋㅋㅋㅋ

.

.

.

돌아와서 뜨끈한 바닥에 몸을 지지며

드라마 보다가 잠들었더니 

저녁공양시간.

 

오랜만에 낮잠을 쓰러지듯 잤다.

 

 

한 거사님께서 주문하신 오메기떡.

나눠먹으려고 샀다고 하신다.

 

 

이거는 며칠전 만들어둔 김부각을 튀긴거다.

아 조금 일찍왔으면 내가 튀겨볼 수 있었을텐데..

암튼 두번이나 담아먹을만큼 정말 맛있었다.

 

 

푸짐한 저녁밥상.

다 먹어도 하나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오메기떡 냠.

두개나 먹었다 힣힣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같이 자원봉사하는 언니 방에 놀러왔다.

차도 내어주고, 밭두렁도 챙겨줬다.

매너뭐얌..😊

언니는 이번주 일요일에 떠난다.

가지고 온 고양이 밥도 나에게 넘겨주었다.

참 섬세하고 따뜻하다.


느낀점이 있는데

 

내가 순수하게 즐기면서 시작한 어떤 배움에

다른사람의 의도가 들어가면

나는 확 하기 싫어지고 도망치게 된다는 것.

예전에도 항상 그랬었다.

 

오늘 또 그걸 마주하게 되었다.

 

예전의 내가 생각난다.

순수하게 좋아해서 시작한 미술.

상을 타기 위한 선생님들의 강한 교육열로 질려버렸던

어린시절의 나.

 

참 이렇게 놓고보면

좋아하는 게 일(의무)이 되어버리면 싫어진다는 게

이런거랑 같은 맥락인건가.

 

나는 무언가를 배우는 거에

내 순수한 의도가 퇴색된다면 끝까지 가져가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타인으로부터 내 순수한 의도를 지키는 방법도

터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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