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팀장님이 안계신 날이다.
내일 손님도 없고 할 것 도 없는 날.
어제 같이 자원봉사 온 언니랑 오늘은 쉬기로 했다.

오늘 아침공양.
직접 만드신 순두부
고소하고 담백하게 맛있게 먹었다.

여기 하늘은 매일 찍어도 다르고 예쁘구나.
일출직전, 완전 그림이다.

오늘 오전에는 누워있다가
계속 봐두었던 곳 몇 군데에 지원을 했다.
2월에는 어디라도 들어가 일을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잘 될거란, 그리고 어떤 일이든
부끄러움이나 수치를 느끼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점심공양 도우러 공양간 올라가는 길.
빈 항아리들이 잔뜩 쌓여있다.
반대길로 올라오니까 공양간 느낌이 색다르다.


이미 공양주 보살님께서
다 만들어 놓으셔서
나는 양배추쌈만 반으로 잘랐다.


정말 할 게 없어서 그냥 자리에 앉았다.
공양주 보살님께서 주신 귤
귤까먹으며 등산이야기를 했다.
소백산 등산로에 헬기 착륙기가 두 개 있는데
어떤 암에 걸리신 아저씨가 귀농하신 후,
항상 거기에 올라가 명상(?)을 하며 좋은 기운을 받고
다 나았다고 하신다.

오늘 점심공양은
양배추쌈과 김치, 갱죽, 감자맛탕이다.
갱죽은 먹으면 먹을수록 아주 매력적이다.

점심먹자마자 산책겸 부석사에 가려고 나왔다.
이 날씨 좋은날, 영하 15도를 찍어도
화창하고 쨍한 기운은 꼭 느껴야겠다.


오랜만에 본 장고.
방한복을 입고 있다.
귀여워.
나에게 다가오다가 간식이 없으니까
저 멀리 간다.


보리는 내 신발 냄새를 맡더니
흥미가 떨어졌는지
가버렸다.

'태백산 부석사'
청량한 하늘과 일주문 기와집이 참 예쁘다.
희방사 명상센터에서 여기까지
도보로 30분이 걸렸다.


몇 번 왔는데도 불구하고
역시 멋있어.

무량수전 앞 안양루가 캬아.. 그림같다.

열심히 걸어왔으니
또 물 한모금 먹어야지.


무량수전 옆에 있는 탑에서
바라본 풍경.
산이 겹겹씩 드리워진 게
산수화 그려놓은 것 같다.
괜히 감격스럽고 감사해진다.
이런 걸 볼 수 있다니..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순 없지.
부석사 밑 장미슈퍼에서
과자를 샀다.
나랑 이미 안면을 튼 여기 가게 주인아주머니께서
희방사 명상센터 지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면서
예약하려면 어디로 전화해야하냐고 물으셨다.
팀장님 번호를 알려드렸다.
자연경관이 좋으니까 홍보를 안해도 사람들이
먼저 찾아오고, 지인통해서 찾아오고 그런다.

손 안 뼈마디가 시린데
굳이굳이 들고가며 먹었다.
ㅋㅋㅋㅋ
.
.
.
돌아와서 뜨끈한 바닥에 몸을 지지며
드라마 보다가 잠들었더니
저녁공양시간.
오랜만에 낮잠을 쓰러지듯 잤다.

한 거사님께서 주문하신 오메기떡.
나눠먹으려고 샀다고 하신다.

이거는 며칠전 만들어둔 김부각을 튀긴거다.
아 조금 일찍왔으면 내가 튀겨볼 수 있었을텐데..
암튼 두번이나 담아먹을만큼 정말 맛있었다.

푸짐한 저녁밥상.
다 먹어도 하나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오메기떡 냠.
두개나 먹었다 힣힣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같이 자원봉사하는 언니 방에 놀러왔다.
차도 내어주고, 밭두렁도 챙겨줬다.
매너뭐얌..😊
언니는 이번주 일요일에 떠난다.
가지고 온 고양이 밥도 나에게 넘겨주었다.
참 섬세하고 따뜻하다.
느낀점이 있는데
내가 순수하게 즐기면서 시작한 어떤 배움에
다른사람의 의도가 들어가면
나는 확 하기 싫어지고 도망치게 된다는 것.
예전에도 항상 그랬었다.
오늘 또 그걸 마주하게 되었다.
예전의 내가 생각난다.
순수하게 좋아해서 시작한 미술.
상을 타기 위한 선생님들의 강한 교육열로 질려버렸던
어린시절의 나.
참 이렇게 놓고보면
좋아하는 게 일(의무)이 되어버리면 싫어진다는 게
이런거랑 같은 맥락인건가.
나는 무언가를 배우는 거에
내 순수한 의도가 퇴색된다면 끝까지 가져가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타인으로부터 내 순수한 의도를 지키는 방법도
터득해야겠다.
'일기 같은 것 > 템플스테이 한 달 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방사 명상센터 템플스테이_Day25] 산책, 카페나들이, 인삼채소튀김, 보름달 (2) | 2024.01.25 |
---|---|
[희방사 명상센터 템플스테이_Day24] zoom으로 면접보기, 삼시세끼 챙겨먹기, 잠깐외출, 군고구마구워먹기. (1) | 2024.01.24 |
[희방사 명상센터 템플스테이_Day22] 태극권으로 하루 보내기, 뜻밖의 배움, 블럭조립 (1) | 2024.01.22 |
[희방사 명상센터 템플스테이_Day21] 초등학생 친구와 이별, 공양간 요리 삼매경 (3) | 2024.01.21 |
[희방사 명상센터 템플스테이_Day19] 콩세계과학관 롤라이더, 파래전, 스님과의차담 (1) | 2024.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