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같은 것

4개월 만의 본가, 그리고 전 직장동료들과 소주같은 물 한 잔

걷는 백지 2024. 6. 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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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 승소 판결 후,

한 껏 마음이 가벼워졌다.

부모님도 부끄럽지 않게 뵐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이상하게 나를 옥죄어 왔던 자책감도 많이 덜어졌다.

 

 

집으로 가는길.

마음이 복잡미묘 싱숭생숭하다.

이렇게 몇 개월간 집에 안갔던 적은 없는데 말이다.

집에 안가는 동안 엄마랑 통화할 때

많이 틱틱거리기도 했었다.

 

인간으로서 성향상 잘 안맞는 부모님과 멀리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딸로서 누구보다 많은 걸 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지금의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러운 듯 하다.

 

 

기차역에서 엄마를 만나 해물찜을 먹으러 왔다.

돈 문제가 해결 되니까

한끼 식사도 마음 거리낌없이

기쁘게 해드릴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나에 대해 많이 내려놓은 듯 했다.

그동안 항상 '나를 위한다 위한다'라는 명목으로 말씀 하셨지만,

본인 생각에 맞는 것들을 해나가기를 바랬었다.

 

타인의 욕구나 기대에 충족시키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부터는

 

나는 더 큰 불도저가 됐다.

 

내 마음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실수만 할 뿐,

일상생활 속의 내 행동과 말에서 조차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나는 최대한 내 마음대로 행동한다.

 

 

엄마가 가꾸는 집 앞 화단.

엄마는 식물을 참 좋아한다.

날이 따뜻해졌다고

꽃과 식물들이 파릇파릇하게 피었다.

 

집에서는 딱 하루만 묵었다.

아침일찍 서울로 올라와 처리할 일이 있기 때문.

 

 

 

 

바로 강제집행.

이 날 가압류를 압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열심히 떼러다녔지만

 

결과는 ..ㅋㅋ

 

법인통장에 7만원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대로 끝내기는 싫어서 

재산명시신청으로 돌렸고,

대표가 본인재산 직접 기입하고 선서까지 해야하는데

이건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간이대지급금 외에 못받은 임금체불 금액은

못받는다고 생각해야겠다.

 

 

전 직장동료들 중 한 친구를 먼저 만나러 카페에 왔다.

전 직장동료에서 만나서 친구가 된 친구.

 

고양이가 카페문 앞에 납작 엎드려 있다.

한참을 멍때리면서 쳐다봤다.

 

 

오랜만에 만나 수다떨기 잼.

이 친구랑 있으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재미있다.

 

내가 단어선택과 말을 잘 못하는데

몇 마디만 해도

바로 내 마음을 캐치하고, 명료하게 따다닥 정리해서 말한다.

똑똑한 친구.

 

 

수다떨다가 고개를 돌리니

한마리가 두마리가 됨.ㅋㅋ

 

이 고양이들이 카페 문 앞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데도

그 누구도

이 친구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살금살금 다닌다ㅋㅋ

단체로 고양이 눈치보기 잼

 

 

우리는 곱창집으로 자리를 옮겼고,

멤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술 끊은 나는

소주잔을 물로 채웠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근황과 반가움을 나눴다.

 

 

2차는 이자카야.

사진 보니까 술 안먹는데도 껴줘서 새삼 고맙네.ㅋㅋ

 

이 자리를 가지면서 느낀 건,

나는 전 회사에서

내가 가진 에너지보다 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았다는 것이다.

일도 그렇고 사람들에 대한 마음도 말이다.

그리고 사람(대표)을 너무 철썩같이 믿었다는 것.

사상에 너무 쉽게 깊숙히 매몰되었었다.

 

다행히 다른 분들은

다들 본인이 가진 에너지선에서 움직여서 그런지 

회복도 빠르고, 상황판단도 빠른것 같아 보였다.

 

어제 어떤 유튜브컨텐츠를 통해 물극필반이라는 한자성어를 알게 되었다.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라는 뜻으로,

극에 달하게 에너지를 쏟았더니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런 체력저하 및 쉽게 에너지 고갈 됨,

스트레스 취약 등등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오래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회복될 때가 되면 회복될거라는 생각이 든다.

 

힘 빼고 물 흐르듯 살아가야지.

 

나한테 일어난 이 임금체불, 건강상태 악화에 대한 일이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걸 지금에서야 알겠다.

 

모든 순간 내가 했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

 

전 회사에 처음 입사할때의

나를 자세히 뜯어보면

'내가 잘 되고자 하는 욕심'이

제일 밑바탕에 깔려있었다는 건

부정하지 못하니까..

 

이 일을 통해 알게 된게

살면서 그동안 얼마나 허황된 것들을 붙잡고 살았는지

계속 알게된다.

불필요한 껍데기가 계속 벗겨지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이 자꾸만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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