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같은 것

폭설 온 날, 결혼에 대한 생각

걷는 백지 2024. 2. 2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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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쌓인 눈으로 복숭아뼈까지 푹푹 빠지는 출근 길.

이번 겨울은 끝무렵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쌓인 눈을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먼저 출근한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밟아가는데도

신발 안이 벌써 축축해진다.

 

 

눈 쌓인 천국의 계단 길.

예쁘기도 하고

굴러 떨어질까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난간 보다 더 두껍게 쌓인 눈.

아직 겨울이 맞는데

내 마음은 이미 봄.

빨리 날씨 풀렸으면 좋겠다.

 

오늘 눈이 이렇게 온 걸 감안하고도

고객이 꽤 많아서 바빴다.


 

예전에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의 결혼 소식이 들려왔다.

당연히 축하하고 기쁜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이상하다.

결혼은 뭔가... 진짜 어른으로 가는 길(?)

또,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된다는 느낌이 든다.

 

혼자 있는게 편하고 좋기만 하다가도

이런 소식 들으면 부럽고 마음이 헛헛한 느낌이든다.

 

무조건적으로

내 편이 되어줄 인생의 동반자를 얻었다는 건

천군만마를 얻은거나 다름 없겠지.

그런 사람 한 명 딱 내옆에 붙어있는데

못할 게 뭐가 있을까 싶다.

 

현실은 '결혼도 계약이다, 조건봐야한다 뭐한다.'하지만

나는 인생의 동반자와는

가장 순수하고 세상 무해한 사랑만을 할 것이다.

 

집에서 한발자국만 나가서 사람들과 섞이면

쉽게 남을 재단하고

판단하고

이해하려하지 않고

분별하는 걸 금방 볼 수 있다.

 

모든 긴장과 불안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가정이고 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공간과 마음을 내어줄 것이다.

 

그럴려면 나부터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나는 딱 그 과정에 있다.

 

내가 어떤걸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인 지

힘들 때 어떻게 대처하는 지

어떤 모순을 갖고 있는 지

등등을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말이다.

 

지나고 보니 20대 때는 항상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줄 곳과 사람만 찾아다녔다.

결핍을 메꾸려고 발버둥쳤다.

어쩌면 연애도 그런 마음에서 했을지도 모른다.

못난 모습은 꾹꾹 눌러담아 감추고

좋은 것만 붙잡으려고 애썼다.

.

.

.

다시 올 만남부터는

그 전과는 다른 연애를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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