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같은 것

3개월동안의 오이도생활 청산 그리고 본가.

걷는 백지 2023. 11. 6. 14:44

7,8,9월

그리고 10월 초반까지

3개월이 살짝 넘는 시간 동안 오이도에서 머물렀다.

 

 지금도 오이도를 생각하면

바다랑 가까운 점, 신도시,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 등등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간다.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았던 점을 하나 꼽아보라면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다.

 

 

처음 이 길을 산책할 때

어떤 아저씨께서 맨발로 산책하시는 걸 봤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 분만의 산책 스타일인줄 알았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걸어다니는 게 눈에 띄었다.

 

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걸어다니는 곳이면

그래도 되는 공간이고, 그만큼 안전한 곳일거라는

짐작어림이 용기를 들췄다.

 

그 후로 나도 벤치 밑에 신발을 대충 던져놓고

한시간씩 걸었다.

 

 

평평한 흙 길이고

돌맹이라고 해봤자 아주 조그만 모래알 같은 것들 뿐인데

처음에 맨발로 걸을때에는 발이 아팠다.

 

아픈거 꾹꾹 참고 한시간정도 걷고 나서

다시 신발을 신으면

발이 말랑말랑해진 느낌이다.

 

신발벗고 거는 거 하나만으로도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또 내가 좋아했던 배곧마루라는 곳.

친구가 내가 있는 쪽으로 한 번 놀러와서 찍어준 사진.

여기 있는 곳에 있는 나를 담아놔야한다며 친구가 찍어줬다.

고맙게시리..

그때는 스스로를 리셋하는 과도기라고 생각해서

이런 사진이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의미가 있더라..

고마운 친구 정말..

 

 

3개월 동안 묵었던 원룸텔 떠나기 전 마지막 사진.

바로 앞에 헬스장과 김밥집, 마라탕집이 있고,

햇살이 쨍하게 들어오는 남향이라 생활하기 나쁘지 않았다.

 

사장님이 입주자들 규칙 관리는 물론,

깨끗하게 운영하시고 친절하셔서 그것도 좋았다.

 

 

원룸텔 퇴실 후, 본가 들어가기전

며칠 더 오이도에 머물려고 근처에 잡아놓은 에어비앤비

여기도 채광이 훌륭.

 

 

 

근처에 찐고구마집에서 산 밤고구마를 으깨

프라이팬에 넓게 펴고,

위에 편의점에서 산 여러치즈종류를 올려준 뒤 익혀줬다.

이거 은근 맛있음..

 

피자 한판 먹는 거보다

훨씬 건강에도 좋고

포만감도 제대로다.

 

 


 

오이도에서의 짧은 생활을 마무리하고

나는 지금 시골본가에 와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엄마가 해주신 밥을 챙겨먹으며 지내고 있다.

영어회화공부를 하고,

책을 보고,

넷플릭스를 보고,

산책하고.

 

반쪽 자리 쉼이다.

내가 원해서 쉬는 거이기도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임금체불금이 워낙커서

어쩔 수 없이 발목잡혀 있기도 하다.

 

어떤 날은 희망차서 하루종일 영어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때로 며칠간은 무기력함에 절어서 하루종일 누워

넷플릭스만 보고 있기도 한다.

 

3개월동안 했던 카카오톡 이모티콘 도전은

5번이나 다시 제작했지만

모두 미승인이 되었고,

나는 타격감이 없는 좌절이라는 게 뭔지

알게 되었다.

그래, 뭐 쉬운게 어디있겠어.

다시하면되지.

 

앞으로 뭘하든 힘들이거나 애쓰지 않고

그냥 할 수 있는 어떤 내면의 힘이 생긴 것 같기도.

 

아니면 포기한건가 싶게 힘이 쫙 빠진상태?

 

이러나 저러나

헷갈리면 헷갈리는대로~

그냥 유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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